"나이는 들어도 실험정신은 버릴 수 없다 이 말이예요. 자기 깃발(주관) 가지고 찍어야지. 내가 '왜' 찍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단 뜻이죠."

 

사진작가 김춘식씨(72)는 매번 농민을 찍지만, 앵글은 늘 새롭다. 씁쓸한 농촌 현실이라 해서 매번 같겠느냐고, 식상하고 진부하게만 보여주면 아무도 전시장을 찾지 않는다고 그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8년 만에 개인전을 갖게 된 것도 치열하고 진지한 작업과정 때문이리라.

 

14일까지 전북예술회관 1층 2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제3회 김춘식 개인전 '농촌별곡 - 음과 양의 놀이'.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를 충돌시키는 브레히트 이론을 차용해 양화와 음화를 병치하고, 포토샵을 활용해 흑백사진에 컬러를 부분적으로 넣는 등 새로운 실험을 감행했다.

 

아무리 일을 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농촌에서 묵묵히 밭일하는 아낙의 모습은 모순적이다. 김씨는 이러한 현실에 반기를 들고, 촌로의 모습을 음화로 반전시켜 배치했다. 평온한 들판 전면을 가로막는 붉은색 도로교통표지판, 성인오락실 간판에 쓰여진 '로또'와 '임대'는 평화로운 농촌 현실을 방해하는 또다른 불청객.

 

그가 "고향 상실의 시대, 정신적 호적이 없어진 농촌"이라고 말한 대목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전엔 김씨는 모두 전지로 작업했다. 하지만 이젠 디지털의 힘을 빌린다. 대신 현실 대상(포지티브)과 빛을 통해 반사된 또다른 대상(네거티브)을 병치시켜 농촌 상황의 무게를 새롭게 저항하고자 한다.

 

'세상에 대한 반역적인 힘'은 그의 작업에 또 하나의 근간. 이번 개인전은 사진집 「농촌별곡 - 음과 양의 놀이」도 함께 출간됐다. 개막식은 9일 오후 3시에 갖는다.

 

이화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