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인간을 기록하고 그 인간의 생활을 기록하고 그 시대의 풍속과 생활상까지를 포괄해서 말해주고 보여주는 한낱 종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긴 하지만 영상을 통해서 인간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나는 가끔 이런 소박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또 스스로에게 이렇게 답변한다.

- 그야 사진이니까.

참으로 어처구니 없이 싱겁고도 맥빠진 우문우답(愚問愚答)이지만 사실이 그런걸 어찌하랴.

전주(全州)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시간만 있으면 신들린 무당처럼 카메라를 들고나서야만 직성이 풀리는」 김춘식씨는 「먹고 자고 일하는 시간 외에는 일상생활의 척도가 온통 사진으로 변신되어 가고」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또 「많은 선배와 동호인들게 지도와 편달을 받고 싶고 또한 사단(寫壇)에 데뷔하고 싶은 생각에서」사진집 < 나그네 >를 엮어냈다.

신인답지 않은 익숙한 솜씨로 사람을 찍었으되 그 사람이 처한 환경과 인생의 현주소가 풋풋한 풀내음처럼 코를 찌르고 피부에 와 닿는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준다.

영상이 전달하는 의미보다 영상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 힘차기 때문에 제판과 인쇄면의 부족함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다만 이 작가는 욕심이 좀 지나친 듯이 보인다. 로버트 프랭크나 윌리엄 클라인, 그리고 리 프리드랜더를 좋아한다면서도 한국의 정통성에 관한 한(恨)과 선(線)과 해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이 과욕을 떨쳐버린다면 김춘식이라는 사진가는 대성할 것이다. 그리고 <나그네>는 그로 하여금 사단(寫壇)에 데뷔하고도 남을 충분한 조건들을 많이 갖고 있다. 

 

(1987년 11월 10일(수요일) 寫友 제42호 1면 -寫壇月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