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김춘식

사실성과 기록성을 근간으로 하는 사진적 신화의 재검토(1)
------------------------------------------------ 박주석 (명지대 교수, 사진평론가)

<♣ 아래 글은 금번 <농민 2002>라는 제목으로 전람회를 개최하시고 사진집을 출간하시는 존경하는 김춘식 선생님께 헌정하는 마음에서 쓴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나에게는 고등학교 시절의 은사이시다. 나는 선생님께 국어 과목을 2년에 걸쳐 배웠고, 그때 선생님의 세심하고 훌륭한 가르침은 오늘 글을 쓰는 일을 주업으로 삼는 내 인생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교육의 현장에서 제자들에게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가르치시면서 동시에 사진 작업에 깊게 심취하시어 이미 1987년에 <김춘식 사진집 - 나그네>를 출간하기도 하셨다. 이제 교육 현장에서 은퇴하시고 본격적인 사진가의 길로 들어오신 선생님께서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신다. 선생님께서 해오시던 소박한 사람들의 사진인데 나름의 매체 실험을 시도한 작품이다. 많으신 연세에도 묵묵히 사진 작업을 해오시고 또 젊은이 못지 않은 정렬로 실험 정신을 선보이는 선생님의 아름다운 모습에 경의를 표한다. (2002. 11. 제자 박주석) >♣

-사실성과 기록성을 근간으로 하는 사진적 신화의 재검토-

필자가 사진을 처음 공부하기 시작할 무렵인 1979년경 우리나라 사진의 전반적 흐름은 ‘사진은 예술이다’라는 것이었다. 당시 사진의 발표 방식 중에 개인 전람회는 몇몇 작가를 제외하곤 거의 없었으며 작품의 발표 기회는 국전을 비롯한 공모전 및 콘테스트 등에 한정되어 있어 여기에서 입선, 특선, 또는 운 좋게 최고상 격인 국무총리상 정도 받으면 최고의 스타가 되는 시절이었다. 한국 사진계에서 유명한 사진작가로 잘 알려진 홍순태(1973년, 74년 사진부 대상), 이창남(패션사진) 등도 국전에서 큰상을 받아 유명해진 사람들이었으며 국전은 거의 유일한 작가등용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때까지의 우리나라 사진계의 전체적인 작가 군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주로 70년대까지 작가등용문이었던 <국전 사진부문(현재의 대한민국사진대전)>과 <동아사진콘테스트>, <동아국제사진살롱> 등으로 이를 통한 작가 군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들의 핵심적 사진 철학은 첫째로 ‘사진은 미술, 또는 예술이다’, ‘화가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사진가는 카메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었거나 둘째로 ‘절대 스냅, 절대 비연출’이야말로 사진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그 시대 사진논리들을 압축하는 말들이다. 전자의 사진 철학을 가진 작가들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미술의 한 수단으로 보았으며 자신이 예술가가 되는데 카메라를 그 수단으로 삼았다. 이들이 했던 사진들을 이른바 ‘살롱사진’이라 하며 이들이 학교 등 아카데미즘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후자의 사진 철학을 가진 작가들은 주로 동아사진콘테스트를 통해 등장을 했는데 이들은 사진의 선호 경향이 분명하여 특히 생활주의 리얼리즘의 사진 철학에 입각한 걸작주의 사진의 유행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들과는 달리 다른 한 쪽에서는 이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주명덕, 강운구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강운구는 한국 사진계에서 유명한 사람임에도 그가 ‘전람회’를 처음 연 것은 1996년도의 일이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전’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이들은 오늘날 사진적 신화라고 하는 ‘사실성, 기록성’을 근간에 두고 하는 사진이었다. 리얼리즘은 두 가지로 나타나는데 이미 앞서 언급한 리얼리즘을 표방하면서도 여전히 걸작주의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걸작주의 사진과, 오늘날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라고 말하는 포토에세이 혹은 포토스토리 형식의 사진이 그것이다. 이런 포토에세이 형식의 사진은 특히 기자들을 중심으로 월간조선, 월간중앙, 신동아 등에 몇 장씩 나오고 있었다.
이 분야의 정신적 근간은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인식을 ‘사실성, 기록성’에 핵심을 두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1980년대를 넘어서면서 주류를 형성하였고 예전에 주류를 형성했던 살롱사진이나 걸작주의 사진은 소수자(작가의 숫자와는 별개의 문제다)로 전락하였다.

--------------------------------------------------- 1회분 게재 06.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