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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석 0
[2008-05-14]
제목
사실성과 기록성을 근간으로 하는 사진적 신화의 재검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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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성과 기록성을 근간으로 하는 사진적 신화의 재검토(4)
------------------------------------------------- 박주석 (명지대 교수, 사진평론가)

  르네상스이전 세상의 중심은 신이었으나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인간의 의식이 변화하면서 세상의 중심이 인간이 되었다. 인본주의의 등장 배경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등장으로 이제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 르네상스 시기 인쇄술의 발달로 대량생산되면서 세상의 중심을 인간에 두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모든 것을 하나의 정점으로 수렴한다는 합리성에 바탕을 둔 기독교적 사고방식은 바뀌지 않았으며 다만 대상이 신에서 인간으로 각도만 수정되었을 뿐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한 점으로 수렴해내는 일점원근법은 기독교적 체계 그대로였으며 따라서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이전의 대다수 조형방식들은 시점이 인간이 아닌 신의 시점이었으므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방식 즉 원근법적 질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미술사적으로 볼 때 르네상스 이전의 그림에는 원근법적 질서가 나타나지 않았다. 세상을 재현해내는 조형발생장치 중에서 카메라는 일점원근법과 가장 일치하였으므로 가장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서 카메라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신화를 획득해 낸다. 사진은 왜곡의 가능성이 처음부터 봉쇄된 것으로 인식되었는데, 사진의 형성과정자체가 대단히 합리적이고 여기에 재현장치조차도 전혀 왜곡가능성이 없다고 여겨졌다. 
  기록은 사실성을 생명으로 하고 있다. 기록성 자체가 사실성은 아니지만 기록성의 제1 조건이자 가장 핵심적 조건이 사실성이다. 그러므로 사실적이지 않은 기록이란 기록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기록 자체의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사진의 기록성, 사실성을 근간으로 하여 사진이라는 매체인식이 확립되고 있는데 결국 그 뿌리는 기독교적 사고방식에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역사과정에 명백하게 드러나는 명제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진이 발명되었던 1830년대부터 이미 사진이 사실성과 기록성의 구현 장치로 인식되고 있었는가? 라는 점이다. 대답은 물론 아니다. 사진이 근본적으로 서양인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었던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사실성과 기록성의 대명사가 되기까지는 사진이 발명되고 난 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했다. 이 문제는 사진의 사회적 기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사진의 사실성과 기록성이 드러나는 때는 모더니즘시대이다. 그러므로 필자가 생각할 때 모더니즘시대는 ‘사진의 황금기’라 할 수 있다. 이 시대에 사진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모더니즘시대의 사진이란 비단 미국 형식주의, 다다, 초현실주의 등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시대를 통 털어서 가장 막강한 권력으로 작용한 사진을 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현상으로 [Life]나, [Look]과 같은 포토저널리즘의 엄청난 성공을 들 수 있는데, [Life]의 경우 1920년대에 창간되어 1972년 폐간될 때까지 특히 4-50년대 ‘라이프’가 갖는 권력이란 오늘날 ‘CNN’ 등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스프로그램, TV의 힘을 오히려 능가하는 것이었다. [Life]의 사진가들은 이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들이었으며 이들이 세계를 보는 시각에 따라 세계인들이 그 대상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사진가들은 항상 세상을 객관적, 관찰자적 위치에서 바라보게 되는데 이는 기독교에서 신이 갖는 위치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사진가들은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결국 사진이 갖는 힘이었다. 이러한 힘은 사진의 사실성과 기록성이 완벽하게 그 사회로부터 공인 받았던 것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이를 증명해주는 것이 사진의 법적증거 채택으로 유럽에서 사진이 법적증거로 채택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 이후의 일이다. 그전에 사진은 법적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었는데 이는 사진이 갖는 당시 사회적 기능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게 해 준다.
  어쨌든 1900년대 모더니즘시대에 들어와서 비로소 사진은 사실적 증거로서 완벽하게 사회전반에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사진 속의 기차는 분명 움직이지 않는다. 사진을 보면 지금 굴러가는 기차는 한 대도 없다. 이것은 우리가 아는 지식 또는 경험적 지식과 사진적 지식의 간격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도 그 간격을 인정하고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눈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를 믿으려고 하는 것이며 이것이 확고하게 뿌리내리는 것이 모더니즘시대의 일이다. 분명히 말하건데 이것은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사실성이나 기록성의 신화비판이란 결국은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건축설계사가 건물의 조감도를 원근법적으로 그려준다면 건축가는 이를 바탕으로 건축물을 세우기 어렵다. 건축가에게는 평면도를 그려주거나 투시도를 그려주어야 한다. 그들에게는 조감도보다는 평면으로 그린 것이 훨씬 더 사실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렇게 훈련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진이 갖는 사실성과 기록성이 본질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증명하는 또 다른 예가 있다. 인류학자들이 문화의 오지에 가서 전혀 현대문명과 접촉이 없었던 원주민들에게 그들을 찍은 즉석사진(polaroid)을 보여주었다. 이제까지 사진을 전혀 알지 못했던 원주민들은 전에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자주 보아왔음에도 그것이 자신들의 모습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다. 이것은 이들이 원근법적으로 만든 조형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사진을 볼 수 있는 것은 마치 건축가가 평면도법에 대해 공부하고 익숙해져 이를 보고 집을 짓듯 우리는 어릴 때부터 미술교육을 통해서 원근법적인 것을 사물과 대치시켜 인식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사진 속의 대상들을 실제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는 원근법도 훈련을 통해 습득하는 하나의 조형방법에 불과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절대적 사실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진도, 원근법도 훈련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만 조형방식의 완벽한 결정체일 뿐이며 사람들이 사진을 어떤 대상의 환치물로 인식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훈련을 받았기 때문일 뿐 그것 자체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의 기록성, 사실성은 그래서 신화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들어와서 사진은 사실과 기록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엄청난 힘을 자랑한다. 사실성이란 이미 객관, 진실, 기록을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다. 사람들이 사진을 사실로,  객관적인 것으로 보는 까닭은 사진 자체가 원래 사실적이고 객관적이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객관, 사실이라고 하는 표준을 먼저 정해놓고, 자신들이 이미 상정해 놓고 설정해 놓은 객관성, 사실성에 사진이 잘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진에 객관적 사실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사진이 만들어내는 또 어떤 상태를 두고 그것이 사실적이고 객관적이라고 말하는 동어반복의 모순에 빠져 있다. 즉 자신들이 먼저 객관성을 정해 놓고 여기에 사진이 잘 맞으므로 객관적이라고 정해두고 또 다시 사진을 보고 객관적이라고 감탄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진의 기록성과 사실성을 담보해주는 핵심 틀이다.(계속)

--------------------------------------------------- 4회분 게재 06.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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